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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매일신문][김영순의 '문화터치']무등산행과 뮤지컬, 그리고 광주정신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4-07-04 조회수 :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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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문화재단 전문위원
산을 오르며 뮤지컬을 감상한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 답은 그렇다. 광주 동구가 최근 무등산 일원에서 마련한 장소특정형 연극 ‘시간의 숲, 무등’에서의 일이다. 지역의 인물자원이 이 연극을 통해 친근하게 다가섰다. 인문정신은 강의를 통해서나 가능하다고 여겼던 기존의 생각을 확 틀었다. 역사와 인물자원이 산행과 연극, 인문해설로 입체적 접근이 가능하며 이로써 지역의 문화 관광콘테츠로 우뚝 서는 걸 보여주었다.

녹음 우거진 길을 따라 무등산을 오른다. 콸콸 쏟아지는 계곡물 소리에 마음이 절로 깨끗해진다. 잠깐 해찰하는 사이 앞무리가 한참이나 앞서버린다. 어이쿠, 뒤뚱거리며 달려간다. 간신히 문화해설사의 이야기를 따라잡는다. 무등에서 살다간 광주 선각자들의 스토리다. 이 독특한 산행은 신기하고 재밌다. 올라가는 사이 사이, 특정 공간에서 무등산의 상징적 인물 의재 허백련(1891-1977) 오방 최흥종(1880-1966) 석아 최원순(1896-1936) 등에 대한 해설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짤막한 뮤지컬, 너무 신난다.

이게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인문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시 동구가 지난 해 무등인문축제를 진행하면서 지역에 부합하는 고유한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희망을 갖고 문화기획자, 동구 시설의 관계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뭔가 신박한 게 나올 듯 한데. 그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그게 가능할까? 산행과 뮤지컬의 콜라보가 현장에서 풀어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몇차례 자문을 통해 큰 얼개를 만들었다. 이어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짰다. 주인공은 앞서 말한 3인이다. 그들이 무등산 춘설헌이라는 공간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점유하면서 벌이는 광주사랑, 무등의 정신을 해설과 뮤지컬에 담는 것이다. 그리하여 산행 중간중간, 문화해설과 뮤지컬 공연으로 엮어 재밌고도 신기한 경험을 안기는 게 이 기획이었다. 그리고 올해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첫 주인공은 오방 최흥종이다. ‘오방’이라 호를 짓고 무등산에 입산한 인물이다. 젊은 시절 살짝 껄렁(?)댔던 그는 외국인 선교사가 나환자를 부축하는 모습에 깜짝 놀라 인생의 방향을 확 바꾼다. 광주 최초의 목사로 1919년 항일운동 참여했고, 조선나환자 구환운동에 앞장섰다. 소록도 나병원 건립 토대도 그가 마련했다. 또 산을 올라간다. 관풍대 앞에선 의재 허백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진도출신으로 일본 유학 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1등 없는 2등을 차지했지만, 모든 명예를 내려놓고 광주로 내려와 무등산에 자리잡는다. 농업학교를 만들어 청년들에게 농업을 전수했으며, 춘설차밭을 조성해 차문화 보급에도 힘썼다. 마지막으로 석아 최원순이다.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한 석아는 병을 얻어 요양차 내려온 무등산에서 자연을 호흡하며 살면서 독립운동가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실행한다. 광주 최초의 여의사인 현덕신과 결혼한 그는 무등산에 석아정을 짓고 그곳에서 요양했다.

3인의 공동공간이 춘설헌이다. 석아 최원순이 무등산에 석아정을 지었으며, 후일 오방 최흥종, 의재 허백련에게 양도돼 춘설헌으로 불리워졌으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춘설헌은 나눔과 베품, 그리고 섬김의 정신을 흩뿌렸던 무등과 광주정신이 태동된 중요한 자리다. 그 사연을 들으며 의재미술관까지 올라간다. 이화학당을 졸업하고 동경의대에 재학 중인 현덕신이 나레이션한다. 그리고 일본에 유학 중인 청년 허백련이 등장한다. “조선의 산수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림으로 민족을 일으키겠다”며 미래에 대한 투지를 불태웠다. 춘설헌 길목에선 어렵고 힘든 사람을 보듬는 오방 최흥종의 늠름한 모습이 재현됐고, 춘설헌 마당에선 최원순의 민족사랑이 노래로 불리워졌다.

참가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역의 역사문화공간과 인물을 산행과 엮어 뮤지컬로 풀어낸다는 게 신박했다. 지난 5월 시작돼 오는 11월까지 계속될 이 문화이벤트는 무등산을 찾는 시민과 외지 관광객들에게 고결한 무등과 광주정신을 경쾌하면서도 오롯이 전하기에 충분할 거 같다. 내려오는 길, 계곡물 소리가 더욱 청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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